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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읽기

노화의 종말 (feat. 최승자, 황현산, BTS)

by 무하뉘 2023.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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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떠오르는 단상들을 적어봅니다.

 

 

 

모든 과학적인 질문이 해답을 찾게 되더라도, 인간의 삶의 문제는 고스란히 손대지 못한 채 남는다 

 

 - 비트겐슈타인 -

 

 

어쩌면 이 책은 위대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통찰력있는 이 말에 수정이 필요할 수 있음을 주장하는 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과학의 발전은 적지 않은 문제를 해결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물론 어리석은 지구인들이 그 기술을 엉뚱하게 사용하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발생시켜 더 어려운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 칼 포퍼 -

 

 

이런 말도 있던데 인류가 지속되는 한 계속되겠지요. 도전과 응전, 진보와 퇴보, 상승과 하락... 갑자기 주식시세의 변동을 보여주는 차트가 상상되는군요. 그런면에서 본다면 유전자차원에서 노화를 없에거나 줄이려는 시도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변동성을 낮추려는 시도같아 보입니다. 마치 비트코인의 차트를 채권금리의 차트로 바꾸려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아무튼 노화의 종말을 예견하고, 증명하여, 세상에 적용시키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좌뇌와 우뇌의 복합적인 활동일텐데...말하자면 내용을 이해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책의 내용에 대한 공감과 반감이 계속 왔다갔다 하는 나를 보게 됩니다. 얄팍한 귀와 생물학을 바탕으로 하는 과학적 세계관의 부재로 혼란속에서 읽게 됩니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야 하는 상당한 분량의 어려운 내용들이지만 저자의 친절한 반복과 비유적인 표현들이 그나마 좀 더 가까이 다가서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네요. 

 

지극히 미시적이면서도 광대한 DNA의 세계는 생명의 본질을 연주하는 아름다운 악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연주로부터 황폐함 그리고 차가운 어둠이 느껴집니다. 생명을 구성하는 존재들이 죽음과 맞닿아 있고, 그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성거리고, 흔들리고, 흐트러지는 체험들이, 몸 속 깊이 하나의 형식으로 머물러 있습니다.

 

 

최승자, 황현산의 글과 생명과학

 

죽음은 사방 팔방

흐르는 물속에서

쫑긋쫑긋 내 몸에

입술을 비빈다.

 

그 날 이후 나는 죽었다.

그러므로 이것은 사후의 기술이다.

 

 

이 두 문구를 어딘선가 보고 좋아서 적어두었던 것입니다. 시의 맥락과 상관없이 죽음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유전자는 이미 선제적 죽음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으며 그것은 말하자면 죽음이 삶의 한 부분인 것이 아니라 삶이 죽음을 향한 하나의 절차일 뿐임을 표현하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탄생의 순간에 죽음을 진단하는 정교함이 과학의 위대함을 알려주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고, 어쩌면 그 날은 죽음의 날이고 산다는 것이 사후의 기술일 뿐일수도 있겠습니다.

 

 

"생명의 가치는 그 크기와 길이로서가 아니라, 그것을 누리고 감각하는 방식의 강도로서 가늠된다. "

 

- 황현산 '말과 시간의 깊이' 중에서

 

 

황현산 님의 표현은 삶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생명과학 또한 같은 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동시에 생명의 가치가 유전자 염기서열의 순서와 패턴으로, 그 크기와 길이로 규정됨으로써, 삶을 누리고 감각하는 경험의 다채로움과 깊이로 표현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는 것은 아닌지. 생을 더 깊고 강렬한 감각으로 느끼려 하면서, 비어있는 죽음을 연장하는 것은 거부하는, 나는 약간 얼빠진 반리얼리스트 혹은 비현실주의자가 아닌가? 엉뚱한 한탄만 나옵니다. ' 아 어째서 나는 믿지도 않는 영혼을 쫒고 있을가? '

 

한편, DNA는 시적 세계의 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10나노미터의 크기에 1초에 1000조번 진동하는 효소들의 세계는 말그대로 내 몸안에 우주가 들어있음을 알려줍니다. 신성한 그곳에 4차원의 시공간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뭐라 반박할 사람은 없을것도 같습니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발휘해도 될만한 경이로운 세계입니다. 우주에 중력이나 전자기력 같은 것이 아닌 또 다른 다섯 번째 힘이 있다면, 없음의 힘, 무력(無力)이라고 말하는 시인도 있지요. 나타나는 힘이 아닌 사라지는 힘. DNA의 세계에서는 이 사라지는 힘을 찾을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무력은 탄생하라! 저는 이 사라지는 힘을 찬양하고 싶습니다. 스스로와 헤어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대. 때로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아니라, 어떻게 사라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만 합니다. 나는 어떻게 사라질 것인가?

묘비를 세워야 할때면 적어놓을 글을 준비해봅니다.

 

나의 묘비명

나는 지금 영혼의 감각을 즐기고 있으니, 살아있는 당신은 육체의 감각에 충실하라.

 

 

BTS의 DNA

 

너무 무거운 포스팅이라 누가봐도 DNA가 달라보이는 BTS의 ' DNA' 가사를 함께 옮겨보며 마무리 짓겠습니다.

이들은 우연보다 필연을 주장하는군요 

 

우리 만남은 수학의 공식

종교의 율법 우주의 섭리

내게 주어진 운명의 증거

너는 내 꿈의 출처

Take it take it

너에게 내민 내 손은 정해진 숙명

걱정하지 마 love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

우린 완전 달라 baby

운명을 찾아낸 둘이니까

우주가 생긴 그 날부터 계속

무한의 세기를 넘어서 계속

우린 전생에도 아마 다음 생에도

영원히 함께니까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

운명을 찾아낸 둘이니까

DNA

I want it this love I want it real love

난 너에게만 집중해

좀 더 세게 날 이끄네

태초의 DNA가 널 원하는데

이건 필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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