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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하는 뇌

by 무하뉘 2023. 12. 25.

이따금 우린 용처럼 생긴 구름을 본다.

때로는 곰이나 사자 같은 수증기를,

우뚝 솟은 성을, 떠다니는 바위를,

험준한 산을, 혹은 푸른 절벽을,

땅에 엎드려 절하는 나무를,

우리의 두 눈이 허공으로부터 속은 것일 테지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4막 14장> - 셰익스피어

 

아침부터 레퀴엠

 

어느 교수는 아침이면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는데, 한 주 동안 롤러코스터를 타던 감정의 리듬은 어느 아침의 모차르트의 레퀴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세상 속 너무 작은, 그러나 너무 무거운 나를 느끼며 아침들을 맞이하였다.

 

의식은 무엇이라 말하는가. 뇌는 음악을 받아들이는 몸으로부터 생각과 감정을 생산하는것이라 말한다. 모태신앙으로 시작했으나 교회를 나가본 지 30년은 되었고 성당은 평생 발디뎌 본 적도 없는데, 합창단의 진혼곡은 어찌도 이렇게 성스럽고 거룩한 분위기를 자아내는지 모르겠다.

 

음악은 감정을 일으키는 기능적인 특성이 있고, 특정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운동을 하거나 드라이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다양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곡을 찾아 준비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갑작스레 듣게 되는 음악의 경우에는 예상치 못한 감정의 울렁거림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아닐 세스의 주장에 따르면 나의 뇌는, 나의 의식은 내게 다가오는 청각적 울림에 수동적으로 함께 시간을 나누며 거의 동시적으로 능동적인 결합을 시도한다. 그로부터 감정은 불꽃처럼 피어오르고 몸은 다시 그 불꽃에 사그라지거나 혹은 함께 광기 어린 춤을 추거나 일렁거리는 흐름을 타고는 한다.

 

나의 몸은 레퀴엠을 흡수하면서 새로운 감정을 일으키고 있었고, 그 감정의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으나 나의 정신은 기울어져가면서 흐트러져가는 그 무엇을 잡으려고 하고 있었다. 정신의 각도에 맞추어 기울어져가는 몸은 무엇인가, 몸에 맞추어 정신이 따라 가는것일까?

 

알 수 없는 의식의 작용을 관찰해 보았지만 여전히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아닐 세스의 "내가 된다는 것"의 이야기들이 당장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것 같다.

 

세상 모든 짐을 어깨에 지고 아침을 맞으며 산을 오르기 시작하기라도 한듯이, 고통과 비탄의 시간을 시작하기라도 한 듯이, 그러다 계속 듣다 보니 무뎌지는 이 한없이 초라하고 가벼운 존재의 무게를 어찌하면 좋을까. 가벼움을 선택한 나의 뇌는... 뇌의 작용과 음악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기로 한다.

 

 

왜곡하는 뇌

 

 

 

 

이 책에는 소리-특히 음악에서 일어나는 뇌의 착각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뇌의 지각과 왜곡에 대한 연구와 청각체계의 기능과 능력을 보여준다.예를 들면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다르게 듣는다든지, 소리를 조직화하는 방식이라든지 절대음감과, 귀벌레, 음악과 말소리의 환청등에 대한 사례를 QR코드를 통해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차이코프스키 곡의 착청 사례


6번 교향곡 <비창>의 4악장 시작 부분으로 제1바이올린 연주와 제2바이올린 연주를 좌우로 나누어 따로 연주했을 때와 함께 연주할 때를 비교해 보는 실험인데 청중이 지각하게 되는 곡은 전혀 다른 곡이 된다.



이제 음악도 과학이다. 음악, 미술, 문학, 언어 등등 예술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과학을 통해 하나씩 그 신비함의 커튼을 벗겨내고 있다.  우리의 감정이 일어나는 원인과 인간내면의 비밀들을 밝혀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하게도 신비함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고 흥미롭게 보여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 문화, 산업의 영역에 활용될 것이다. 우선 마케팅 분야가 최우선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활용에 기반은 ai와 빅데이터의 속도와 양에 따라 활용도가 극명하게 달라지겠지만 결국엔 일상의 생활 속에 들어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셰익스피어의 구름처럼 나의 지각체계는 그 실체와 원본을 믿을 수 없는 감각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레퀴엠을 들으며 죽음의 그림자와 우울함을 쓸데없이 떠안고 있을 것이 아니라 예술을 통한 미의 경험을 즐길 수 있으면 되는 것으로 단순하게 정리해야 할 것 같다. 한 주의 시작과 끝을 레퀴엠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