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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읽기31

첫, 이라는 말 - 고영 첫, 이라는 말 - 고 영 새해 새 아침 첫, 이라는 말을 입 속에서 굴려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 금세 따뜻해지네 첫날, 첫걸음, 첫눈, 첫사랑, 첫정, 첫인상 첫딸, 첫날밤, 첫술, 첫국밥, 첫 손, 첫인사... 하늘의 첫, 바다의 첫, 당신의 첫, 그렇게 한 사나흘 입 속에 갇혀도 좋을 만큼 이 세상 첫, 마음으로 건너보고 싶네 '첫'을 받아들이는 첫 번째 우울 고영 시인의 시 "첫, 이라는 말" 따스한 햇살 내려앉는 밝고 투명한 분위기에 맞는 아침을 시작했으면 좋았을 텐데, 부정출발에 걸려 탈락하며 새해를 맞이했던 출발선이다. 조금 빨리 해는 져가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길래, 배속은 뜨겁게 울렁거리고 터질 것 같은 가슴의 답답함에 잠시라도 식혀보려고 바이크를 타고 달려보고... 몸은 차갑게 식어 내.. 2024. 1. 6.
고용 - 김언 고 용 - 김언 나는 너를 고용했다. 당분간 나 대신 살아줄 것을 부탁하는 말투로 명령했다. 그는 이미 나를 살고 있다. 나를 대신하여 너를 버리고 그를 버리고 나를 살고 있는 그에 게 내가 전해줄 말은 딱히 없다. 이미 나를 대신한 나이므로. 나는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만 남은 그에게 다시 부탁하는 말투로 명령했다. 나를 대신해서 나를 죽여달라고. 그는 마지못해 그 자신을 칼로 찔렀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행해진 그 절차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그가 아니다. 나도 아니다. 너는 무슨 염치로 살아 있겠는가. 대신 살아줄 사람을 찾아야겠지. 부탁하고 또 부탁해야겠지. 죽고 싶다는 말로. 시의 내용 김언의 시를 읽어봅니다. 처음 보았을 때 '뭔가 다중인격인가?' 하는 생각부터 떠올랐습니다. 현대인의 .. 2024. 1. 4.
무법자의 사랑? 사랑에는 길만 있고 법은 없네... 무법(無法) - 오규원 사람이 할 만한 일 가운데 그래도 정말 할 만한 일은 사람 사랑하는 일이다 -이런 말을 하는 시인의 표정은 진지해야 한다 사랑에는 길만 있고 법은 없네 -이런 말을 하는 시인의 표정은 상당한 정도 진지해야 한다 사랑에는 길만 있고 법은 없네 왜 진지해야 하나? 오규원 시인의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무법이라는 이 시는 잘 알려져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가 가진 기본적인 세계관은 심플하고 아름답습니다. 시인은 사람이 할 만한 일, 귀하고 의미 있는 좋은 일은 '사람 사랑하는 일'이라고 조용히 말합니다. 이 시는 참 쉬운 언어로 평범해 보이는 진실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시인의 표정이 '진지해야 한다', '상당한 정도 진지해야 한다'라는 표현을.. 2024. 1. 3.
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 박찬국 쇼펜하우어에 이어 니체까지 이 책은 특정한 예술작품을 소개하거나 인문학적인 작품감상을 전해주는 책이 아니다. 쇼펜하우어가 생의 고통과 절망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의지의 철학을 시작했다면, 니체는 그 절정에 달한 의지의 철학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찬국 교수님께서는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기본적인 철학세계관을 바탕으로 그들의 예술철학적 시각을 포함하여 최대한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이 책을 꾸미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니체의 철학관과 예술철학의 기초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리고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 신화의 시대와 과학의 시대 저자는 인간이 신화의 시대를 살아왔으며 신화 속에서 가르침을 배우고, 길을 찾아가며, 의지하고, 기대하며 믿어온 세월 속에서 인간은 살.. 2024. 1. 2.
사랑의 단상 2 -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을 이제 겨우 반쯤 읽었나 봅니다. 오늘은 좋았던 문장들을 기록에 남기며 소개해보려 합니다. 마음은 욕망의 기관이다. 마치 상상계의 영역 안에 사로잡혀 마술에 걸린 것처럼, 사람들은 혹은 그 사람은 내 욕망을 가지고 무엇을 하려는 걸까? 바로 거기에 마음의 모든 움직임이, 마음의 모든 '문제점'이 집결되는 불안이 있다. 욕망의 기관으로서의 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바르트는 육체적, 또는 감정적 영역 외에 마음으로부터도 욕망이 비롯되는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마음이란 것이 무엇인지 누구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애매한 위치에 있습니다만, 우리는 정신과 육체 그리고 이성과 감성 외에 무엇인가 사람의 내면에 욕망이 일어나는 또 다른 것이 있을 것만 같은, 혹은 영혼과도 같은 그 무엇이 존재.. 2023. 12. 31.
쇼펜하우어 -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2023년 연말을 맞이하며 이상하게도 쇼펜하우어가 뜨는 분위기입니다. 오늘은 왜 쇼펜하우어를 찾는 것일까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너무 무겁지 않고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를 읽어봅니다. 왜 쇼펜하우어 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는 게 힘들어서'라는 심플한 답이 정답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쇼펜하우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염세주의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동양철학을 기반으로 자기 인식과 자기 극복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에 현실을 사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는 것이리라 생각해 봅니다. 그의 철학이 가지고 있는 개념들을 정리해 보기로 합니다. 의지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의지란 모든 만물을 지금 그것으로 존재하게 하는 힘으로, 모든 사물의 내적 원리, 생명.. 2023. 12. 29.
르네 마그리트와 앤디 워홀 - 유사와 상사 푸코의 유사와 상사 오늘은 사둔지 꽤나 오래된 은유의 도서관이라는 책을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유사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미셀 푸코는 두 사물 사이의 닮음을 유사와 상사로 구분했다고 합니다. A가 B를 닮았다고 할 때는 유사의 관계이고 A와 B가 서로 닮았다고 할 때는 상사의 관계라고 합니다. 유사는 원본이 있고 모방을 하는 재현의 개념이고, 상사는 둘 중 무엇도 다른 것의 원본이 되지 않는 상호적인 관계입니다. 유사 (resemblance) 파이프 그림은 파이프를 닮지만, 파이프가 파이프 그림을 닮는 것은 아니다. 상사 (similitude) 어느 것이 다른 것을 일방적으로 닮지는 않는다. 그 어느 것도 다른 것의 원본이 되지는 .. 2023. 12. 28.
노화의 종말 (feat. 최승자, 황현산, BTS) 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떠오르는 단상들을 적어봅니다. 모든 과학적인 질문이 해답을 찾게 되더라도, 인간의 삶의 문제는 고스란히 손대지 못한 채 남는다 - 비트겐슈타인 - 어쩌면 이 책은 위대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통찰력있는 이 말에 수정이 필요할 수 있음을 주장하는 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과학의 발전은 적지 않은 문제를 해결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물론 어리석은 지구인들이 그 기술을 엉뚱하게 사용하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발생시켜 더 어려운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 칼 포퍼 - 이런 말도 있던데 인류가 지속되는 한 계속되겠지요. 도전과 응전, 진보와 퇴보, 상승과 하락... 갑자기 주식시세의 변동을 보여주는 차트가 상상되는군요... 2023. 12. 26.
왜곡하는 뇌 이따금 우린 용처럼 생긴 구름을 본다. 때로는 곰이나 사자 같은 수증기를, 우뚝 솟은 성을, 떠다니는 바위를, 험준한 산을, 혹은 푸른 절벽을, 땅에 엎드려 절하는 나무를, 우리의 두 눈이 허공으로부터 속은 것일 테지 - 셰익스피어 아침부터 레퀴엠 어느 교수는 아침이면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는데, 한 주 동안 롤러코스터를 타던 감정의 리듬은 어느 아침의 모차르트의 레퀴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세상 속 너무 작은, 그러나 너무 무거운 나를 느끼며 아침들을 맞이하였다. 의식은 무엇이라 말하는가. 뇌는 음악을 받아들이는 몸으로부터 생각과 감정을 생산하는것이라 말한다. 모태신앙으로 시작했으나 교회를 나가본 지 30년은 되었고 성당은 평생 발디뎌 본 적도 없는데, 합창단의 진혼곡은 어찌도 이렇게 성스럽고 거룩한 분위.. 2023.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