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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 박찬국

by 무하뉘 2024.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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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에 이어 니체까지 

 

이 책은 특정한 예술작품을 소개하거나 인문학적인 작품감상을 전해주는 책이 아니다. 쇼펜하우어가 생의 고통과 절망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의지의 철학을 시작했다면, 니체는 그 절정에 달한 의지의 철학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찬국 교수님께서는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기본적인 철학세계관을 바탕으로 그들의 예술철학적 시각을 포함하여 최대한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이 책을 꾸미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니체의 철학관과 예술철학의 기초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리고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

 

신화의 시대와 과학의 시대

 

저자는 인간이 신화의 시대를 살아왔으며 신화 속에서 가르침을 배우고, 길을 찾아가며, 의지하고, 기대하며 믿어온 세월 속에서 인간은 살아남아 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시대는 과학의 시대입니다.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수학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신비로운 과거의 꿈과 영혼들의 세계는 물질의 세계가 검증되어 가면서 점점 더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니체는 신화적 세계를 돌아보며 과학이 아니라 예술에 의해 세계와 사물의 진리가 드러난다고 보았다 합니다. 인간은 예술이 드러내는 신화적인 세계에서 더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술의 과제 또한 이러한 신화를 창조하여 사람들의 삶에 의미와 방향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신화의 시대로 돌아가야 함을 말하며 책을 시작합니다.

 

아폴론과 디오니소스

 

니체가 비극의 탄생에 기술한 것들 기반으로 저자는 아폴론적 예술과 디오니소스적 예술을 구분하여 설명합니다. 아폴론적 예술은 미술, 조각, 건축, 서사시와 같은 관조의 태도를 요구하는 조형예술을 말하며, 디오니소스적 예술은  서정시, 음악, 춤과 같이 감정에 직접적으로 호소하여 감상자를 뒤흔드는 예술을 말한다고 합니다. 그 기원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겠죠. 아폴론은 태양과 지혜의 신이며, 도덕, 법률을 주관하며 태양과 같은 밝음 아래에서의 균형과, 절도와 질서 등을 상징한다고 하죠. 디오니소스는 신은 인간에게 포도를 재배하고 포도주 만드는 법을 알려준 술과 도취의 신입니다. 

각각의 예술의 원리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는데요. 그 원리는 각각 꿈을 꾸려는 충동과 도취를 맛보고 싶은 충동이라고 합니다. 아폴론적 예술의 원리는 꿈속의 형상들이 가지는 완벽한 질서와 균형을 상징하는 것이며 이 아름다운 가상을 관조하며 쾌감을 느끼고 싶은 충동이라는 것이고, 디오니소스적인 예술의 원리는 도취상태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만물과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느끼고 싶은 충동이라고 합니다. 니체가 디오니소스적 삶의 방향을 찬양해 온 것은 유명한 얘기이죠. 디오니소스로 표현되는 예술의 방향이 어째서 안정되고 질서 잡힌 아폴론적인 예술을 제치고 더 인정받아야만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다음에 설명할 삶에 대한 철학 때문입니다.

 

 

쇼펜하우어와 니체

 

쇼펜하우어의 기본적인 세계관은 근원적 일자로서의 세계의지가 욕망으로 인한 결핍과 불만으로 인해 고통 속에 빠져 있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것입니다. 니체 또한 같은 갈등과 고통을 이야기합니다만, 둘 사이의 차이점은 그 원인에 있다고 봅니다. 갈등과 고통의 원인이 쇼펜하우어에게는 충족되지 않는 무한한 욕망과 그로 인한 결핍감이라면, 니체에게는 근원적인 일자가 갖는 풍요로움과 충만 때문입니다. 넘쳐나는 힘을 발산할 곳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니체에게는 인간이 자신의 힘과 의지를 마음껏 펼쳐낼 수 있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 최고의 윤리적 이상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풍요롭고 충만한 힘의 발산은 절제와 균형을 중시하는 아폴론적 예술보다 디오니소스적인 예술의 원리와 더 가깝습니다.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의지의 철학을 더욱 발전시켜 디오니소스적인 삶의 축배를 예찬하는, 니힐리즘을 극복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 비극으로부터 

 

니체가 '비극의 탄생'으로부터 말하고 있는 기본적인 자세와 논리는 사실 심플해 보입니다. 비극으로부터 삶의 비참함과 허망함을 인식하고 욕망을 버리라는 교훈을 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운명에 의해 갑작스럽게 비상했다가도 급격하게 추락하기도 하는 비극의 주인공을 보며, 때때로 비참하기조차 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창조와 파괴를 거듭하며 힘이 넘치는 디오니소스적 세계의지를 나타낸 일시적인 형상으로서의 비극을 통해, 자신을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 나가도록 의지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살아있는 생의 의지와 힘을 찬양하며 자신의 예술관을 전해준 니체의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예술을 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접하게 되면 그것은 각자가 경험을 통해 만들어가야 할 숙제인 듯합니다. 더불어 저자는 니체가 진정한 예술로 집중해야 하는 것은 음악이라고 주장한다는 내용을 전해줍니다. 딱히 설득력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니체는 음악을 정말 중요시한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음악에 대한 니체와 다른 철학자들의 담론들을 모아보려 합니다.

이 책은 제목만 보면 뭔가 낭만적이고 그림들과 함께 친절한 안내가 있을 것만 같지만, 철저히 니체의 예술에 대한, 그리고 삶에 대한 의지의 철학 입문서입니다. 어렵지 않고 분량도 적어서 쉽게 접할 수 있어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 추천할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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