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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소울 - 김이듬

by 무하뉘 2023.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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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소울이라는 제목으로부터 벌써 이유를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이 밀려오는 것은 왜일까요?

 

눈보라와 폭풍이라는 재난 앞에서

터너의 작품입니다. 자연을 그대로 모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화가 자신의 느낌과 감상, 그 순간의 이미지를 그리려 했다는 평가가 있고, 시대적으로 앞선 성향으로 당시에는 '뛰어난 재능을 헛된 곳에 쓰는' 화가라는 평을 듣기도 했답니다. 영국에서는 터너를 이어받은 작가가 없었고 반세기 후, 프랑스에서 클로드 모네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의 독창적인 시선을 찾아나가는 도전정신에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고는 하는 것 같습니다.

 

 

<눈보라—항구어귀에서 멀어진 증기선>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1842년

 

거친 폭풍우와 눈보라에 휩싸인 배의 위태로움과 위기에 승객들은 공포와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이고 그림은 그 분위기를 정확히 표현해주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뭔가 묘하게 안정감도 있어 보이는데요,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공감능력 부족이거나 이미지-감정의 상상력 부족이라 그럴 수도 있겠네요.엉뚱하게 공감능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어서인데요 하나의 사례는 이런것입니다.

 

 

"The Falling Man"

 

9/11테러 당시의 보도자료 중 유명한 "The Falling Man"이라는 제목의 사진이라고 합니다. 욕먹을 것을 감안하고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이 사진을 처음 보았을때 수직의 건물과 추락하고 있는 인물의 각도와 자세에 주목하면서, 미적으로 참 잘찍은 사진이라는 생각과 아름다운 장면으로 보고있는 저를 보게 되면서....아 나는 뭔가 문제가 좀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이 짧아서 그럴수도 있고... 사실은 눈물도 많고 타인의 아픔에 함께 많이도 아파하고 했었는데...이제는 무뎌진건지...좀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의 영혼은?

 

김이듬의 시를 읽다가 시 전체의 맥락과는 상관없이 한 단락이 눈에 들어옵니다.

 

 

내 영혼은 중고품입니다

수거함에서 꺼낸 붉은 스웨터처럼 팔꿈치가 닳고 닳은 영혼입니다

누군가 미처 봉하지 못하고 떠나보낸 기억입니다

불현듯 바다에서 솟아올랐거나 화산에서 흘러내린 먼지입니다

 

<빈티지 소울 - 김이듬> 중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의 뭔가가 변해가는것이 싫었나 봅니다. 빈티지라는 단어의 느낌 별 생각은 없었는데 이제는 낡아서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는 이미지가 확실히 생겨나네요. 한 주간의 시간이 조금은 멜랑콜리한 분위기로 마감된 영향이 있나보네요. 내일이면 다시 홧팅해야 할텐데, 매일의 아침은 늘 힘겨운 전투의 시작입니다.

 

 

작은 단상

이제 영혼이란 실재하지 않는 관념의 언어이지만 우리는 안다. 영혼이라는 단어가 껴안고 있는 그 무한의 세계가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음을, 긴장감과 담담함의 사이에서 보이지 않아도 들려오는, 계속되는 생생한 연주가 흐르고 있음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뜨면 시계를 쳐다봐야하고 몸을 일으켜야 하고 어디론가를 향하여 문을 열고 나서야만 한다. 중고품인 영혼으로 중고품으로도 안쳐주는 육신을 끌고 이제는 다시 찾아갈 수 없는 누군가의 망각안으로, 고요한 폭풍속으로 뛰어들어가야만 하는 것, 천 번의 항해와 한 번의 비행이 될 영혼의 여행은 그렇게 끝나고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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