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Avant de vous connaître, je me passais de la poésie.
위 문장은 알베르 카뮈가 르네 샤르에게 보낸 편지중 한구절입니다.
프랑스의 시인 르네 샤르의 삶과 시세계를 소개하는 책 "시는 언제나, 르네 샤르" 라는 책을 읽고... 있지는 않고 흝어보고 있습니다.
그림이나 사진 한 장 없지만 듬성듬성~~. 책 자체가 유려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도 아니지만 중간중간~~
좋은 문장들을 소개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띄엄띄엄 넘겨보기 좋게 되어있네요.
지은이는 불어불문학 교수님이신데 죄송한 마음이 드는군요~
프롤로그의 첫페이지로부터
"시는 언제나 누군가와 혼례하고 있으니."
라는 표현으로 시와 함께 우리는 '누군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그의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를 쓰고 시에 대하여 말하고 시로 인하여 존재할 수 있는 것만 같은 르네 샤르는 사실 대단히 현실 참여적인 삶을 살아왔었나 봅니다.
전쟁에 참가하고, 레지스탕스 활동도 하고 작전수행중 팔이 부러지고 척추와 머리를 다치기도 하고, 정치적인 투쟁과 프로방스지역의 핵미사일 기지 설치 반대운동도 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이 삶속에 녹아있는것 같은데요.
그래도 본업은 역시 시인이며 작가여서 1988년 82세의 나이로 심장마비로 사망하기 전까지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해왔다고 합니다.
카뮈 뿐만이 아니라 많은 작가, 철학자, 예술가들의 찬사와 존경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만, 사실 그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알기는 힘들었는데요.
그것은 아마도 정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겠지요.ㅠㅠ
다만 중간 중간 생각해볼만한 문구들의 소개가 많이 있었습니다.
"내가 믿는 바는, 일용할 빵의 얼굴, 빵의 절박한 필요가 그 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인간의 모습인 그 모습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자신 앞에 미지의 것이 없다면 어떻게 살아갈까?"
"시에서, 변한다는 것은 화해시키는 일이다. 시인은 진실을 말하지 않고, 진실을 살아간다. 진실을 살아가면서 시인은 거짓말쟁이로 변한다. 뮤즈 여신들의 역설, 그것은 시의 정확함."
"인간들의 역사는 똑같은 단어의 동의어들의 긴 연속체이다. 그것을 거스르는 것은 하나의 의무이다."
"동의는 얼굴을 밝게 한다. 거부는 그 얼굴에 아름다움을 건네준다."
"영원은 더 이상 삶보다 길지 않다."
"우리는 살짝 벌어진 틈, 정확하게 어둠과 빛의 신비로운 분할선 위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그는 더 많이 이해할수록, 그는 더 많이 아프다. 그는 더 많이 알수록, 그는 찢어진다. 그런데 그의 명료함은 그의 비애와 상응하고, 그의 완고함은 그의 절망과."
"나에게 글쓰기는 어떻게 찾아왔을까? 어느 겨울날, 창문 위로 떨어지는 새의 솜털처럼. 이윽고 난로 속에서, 지금도 아직, 끝나지 않는 불씨들의 싸움이 일어났다.
횃불, 나는 오르지 그이와만 왈츠를 춘다네."
아포리즘의 성격이 강한 철학-시도 많이 썼고 헤라클레이토스를 좋아해서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네요.
헤라클레이토스의 아포리즘이 "우리의 뼈 어딘가로 숨어드는 섬광" 처럼 매혹시켰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나중에 프로방스 지역에서 하이데거를 초청해 함께 강의도 듣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네요.
< 지중해풍경 - 니콜라 드 스탈 >
또 서정추상화가로 알려진 니콜라 드 스탈은 르네 샤르를 위한 그림을 여러차례 그렸다고 하구요.
피에르 불레즈라는 작곡가는 그의 시와 작품을 자신의 곡에 반영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현대적인 곡이라 어색하게 다가올수는 있지만 '주인없는 망치'와 같은 곡은 꽤나 유명한가 봅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읽어 보시면서 르네 샤르라는 시인의 에너지와 힘이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인지 그의 삶과 글의 세계를 여행해 보시면서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카뮈가 보낸 편지의 문구를 읽으며 카뮈에게 있어서의 르네 샤르와 시처럼, 나는 누군가를 만나서 전혀 다른 인생을 시작하게 하는 그 무엇이 혹시 있었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한줄평 : 찬란한 햇살이 빛나는 수면과 그 아래 깊은 심연의 바다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시인의 초상
평점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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