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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 보들레르

by 무하뉘 2023. 12. 11.

 

 

가을의 노래 - 샤를 보들레르

 

 

머지잖아 우리는 차가운 어둠 속에 잠기리;

안녕, 너무 짧았던 우리 여름의 찬란한 빛이여!

내겐 벌써 들린다 벌써 들노라, 음산한 소리  울리며

안마당 돌바닥 위에 떨어지는 장작 소리.

 

분노, 미움, 떨림과 두려움, 그리고 강요된 고역,

이 모든 겨울이 이제 내 존재 속에 들어오면,

내 가슴은 지옥 같은 극지의 태양처럼

얼어붙은 붉은 덩어리에 지나지 않으리.

 

나는 듣는다, 몸을 떨며, 장작개비 떨어지는 소리 하나하나;

교수대 세우는 소리도 이토록 더 음산하지 않으리.

내 정신은 지칠 줄 모르고 쳐대는 육중한 망치질에

허물어지고 마는 탑과도 같아.

 

이 단조로운 울림 소리에 흔들려

나는 어디선가 급히 관에 못 박는 소리 듣는 것 같다.

누구를 위해서인가? ㅡ 어제만 해도 여름, 그러나 이제 가을!

저 신비로운 소리는 출발을 알리는 신호처럼 울린다.

 

 

 

사랑하오, 그대 갸름한 눈에 감도는 푸르스름한 빛을.

다정한 미녀여, 하지만 오늘은 모든 것이 씁쓸하오,

그 무엇도, 당신의 사랑도, 규방도, 난롯불도

내겐 바다 위에 빛나는 태양만 못하오.

 

그렇지만 사랑해주오, 다정한 님이여! 어머니가 되어주오,

은혜 모르는 사람, 심술궂은 사람일지라도;

애인이여, 또는 누이인 님이여, 찬란한 가을의,

아니면 지는 태양의 짧은 감미로움이나마 되어주오.

 

그것은 잠시 동안의 노고! 무덤은 기다린다, 굶주린 무덤은!

아! 제발 내 이마 그대 무릎에 파묻고,

작열하던 하얀 여름을 아쉬워하며,

만추의 노란 다사로운 빛을 맛보게 해주오!

 

 

 

너무 빨리 와버린 가을이 있고,

그 가을에 벌써 겨울을 사는 이가 있습니다.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여름은 가고,

음산한 소리가 울리고, 떨림과 두려움이 있고,

태양은 이제 얼어붙은 붉은 덩어리가 되어버리며,

정신은 허물어져 가는 듯하고....

그는 이 차갑고 음습한 고독과 외로움을 여인에게서 위안받으려 합니다.

사랑한다 말하지만 사랑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사랑이란 것이 있기나 할까 모르겠습니다만,

시를 읽다보니 내가 여인이라면 안아주고 싶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군요.

 

어쨌거나 이 시가 눈에 들어온 것은, 인생에 있어 이미 와버린 겨울과도 같은 가을의 시기를 살고 있는것 같아서일까 싶네요~ 

또 한편으로는 저기 우주 어딘가에 다시 태어난다면,

덥고 춥기만 한 계절이 아니라 무겁기도 하고 가볍기도 한 계절이 있어서,

가을엔 조금 가벼울 수 있는, 그런 행성에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도~ㅎㅎ

 

보들레르의 시가 퇴폐적이거나 타락한 시일것으로만 지레짐작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네요~ 요즘 한국 시들보다 좀 더 쉽게 다가옵니다. 물론 해설이 좀 필요한 부분은 있는 것 같습니다.

시대의 맥락속에서 보들레르가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하지만 한국의 독자에게는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미와 예술에 대한 집요함은 논란의 여부를 떠나 부러울정도입니다.

 

 

 

또 다른 좋았던 시와 내맘대로 한 줄 감상

 

알바트로스 

 

시대는 큰 날개를 가지고 땅위에서 비틀거리는 자들에게 가혹한 고문을 가한다. 증명이라는 고문. 이것은 진리이고, 정당한 요구일수 있다는 것이 슬픈 일이다. 알바트로스로 태어나서 알바트로스로 죽어가는 삶일까...

 

 

인간과 바다

 

바다를 닮은 인간, 인간을 닮은 바다.

심연이 있고, 비밀이 있고, 보물이 있고, 살육과 죽음이 있다.

영원한 투사들. 

나는 바다를 닮았으면 좋겠다는 욕망이 있었던걸까?

 

 

가면 - 르네상스식 우의적 조상 (조각가 에르네스트 크리스토프에게)

 

- 미에 대한 찬사와 추에 대한 찬사가 있다. 그리고 미와 추 모두를 지닌 그녀에게, 연민과 함께 내면의 깊은 고뇌와 슬픔, 천형으로 주어진 시간을 노래하는듯~

 

The Human Comedy by Ernest Christophe 

(작품명이 가면에서 인간희극으로 바뀌었다고 함)

 

 

인상적인 시

 

등대들

원수

시체

심연에서 외친다

발코니

홀린 사내

환영

여행으로의 초대

우울 시리즈

시계

장님들

백조

악의 꽃 시리즈

여행

레스보스

심연

이카로스의 한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