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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라는 말 - 고영

by 무하뉘 2024.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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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라는 말

- 고 영

 

새해 새 아침

첫, 이라는 말을

입 속에서 굴려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 금세 따뜻해지네

 

첫날, 첫걸음, 첫눈, 첫사랑, 첫정, 첫인상

첫딸, 첫날밤, 첫술, 첫국밥, 첫 손, 첫인사...

 

하늘의 첫,

바다의 첫,

당신의 첫,

 

그렇게 한 사나흘

입 속에 갇혀도 좋을 만큼

이 세상

첫, 마음으로 건너보고 싶네

 

 

'첫'을 받아들이는 첫 번째 우울

 

고영 시인의 시 "첫, 이라는 말"

따스한 햇살 내려앉는 밝고 투명한 분위기에 맞는 아침을 시작했으면 좋았을 텐데, 부정출발에 걸려 탈락하며 새해를 맞이했던 출발선이다. 조금 빨리 해는 져가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길래, 배속은 뜨겁게 울렁거리고 터질 것 같은 가슴의 답답함에 잠시라도 식혀보려고 바이크를 타고 달려보고... 몸은 차갑게 식어 내리고 머릿속은 금방이라도 깨져버릴 듯이 얼어붙어 가더라. 첫, 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그런 풋풋한 시절이 언제였던가, 있기나 했던 건지.... 너무 멀리 와버린 느낌.

'첫'이라는 단어가 주는 순수함의 세계는 이제는 내가 속하지 못할 세상이다. 우울함의 기조는 버리려 했었는데 여지없이 졸졸 잘만 따라온다. 따뜻한 사람과 따뜻한 '첫'이라는 단어의 세상 속에 잘 어울려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보기는 하는데.....

 

왜 우울인가?

 

처음 받아들이는 이토록 완벽한 주관적 받아들임의 원인은 아마도 그런 것 같다.고영의 시 '첫, 이라는 말'에 대한 내 안의 내가 받아들이는 해석과 생각들은 시의 감성적, 철학적 층위를 조금 더 파고 들어가고 싶었던 것 아닐까 싶은 것이다. 이런 접근 방식은 '첫 번째' 경험의 단순함과 순수함을 현재 경험의 복잡함과 아마도 우울함과 병치시키고 있었나 보다. 대조를 통해 통찰력을 키우고 싶은 과도한 욕심일 수도 있다. 아니면 감상적 우울의 기질이 가져오는 어이없음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시 감상의 풍부함이....

 

새로운 시작과 때묻지 않은 경험을 상징하는 첫사랑, 첫눈 등 '첫'의 따뜻함과 단순함을 포용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진행하면서 눈에 띄는 톤 변화를 느낀 것이다. 이 시로부터 나는 그 순수함의 상실과 '최초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해 뭔가 뾰족하게 느낀 것 아닐까 싶다. 혹시라도 따뜻함과 단순함에서 더 차갑고 복잡한 현실로의 전환은 불가피한 시간의 흐름과 그에 따른 순수함의 상실을 포착하는 설득력 있는 해석이라고 자위해 볼 수 있을까?

만약 조금이라도 인정할 수 있다면 이 시로부터 얻을 수 있는 한 단면은 '순수의 세계'로부터 소외된 느낌과 이를 깨닫는 가운데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기 위한 투쟁이 나름의 의미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보편적인 인간 경험, 즉 단순한 시대에 대한 갈망과 보다 미묘한 현실에 직면하려는 도전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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