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31 Christmas Seal - 이동욱 Christmas Seal - 이동욱 작은 그녀는 사과를 먹고 있네 사과를 먹을 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입안에 작은 상처가 생기네 내리는 눈은 돋아나는 이빨들처럼 한 번씩 눌러보고 싶지 눈은 녹으면서 서로가 측은해지고 사과는 한 입씩 그녀에게 쌓이고 눈이 모두 사라지면 그녀는 현(絃)의 소리를 갖게 되겠지 사과를 갖고, 이빨을 갖고 나서 눈발을 벗어나겠지 사과와 자작나무와 늑대가 살고 있는 작은 상처를 만지듯 사과와 자작나무와 늑대를 외롭게 하겠지 요즘 롤랑 바르트를 종종 접하다 보니 시를 읽어도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Christmas Seal"을 읽다 보니 프랑스의 문학 이론가이자 철학자인 바르트의 텍스트와 그 안에 담긴 문화적 상징에 대한 분석을 떠올리게 합니다. 텍스트에서 파생될 수 있는 다양.. 2023. 12. 24.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 이제니 김언과 이제니 흉내내기와 제목 짓기의 감각 제목 : 망각의 숲 숲을 걷는다 잊기 위해서 걷는다 걷다가 어느새 계곡을 따라 걷는다 걷다가 잊기 위해 걷는 걸 잊는다 잊기 위해서 걷지 않는다 다시 찾기 위해 걷는다 걷다가 찾지 않는다. 찾지 않으려 걷는다..... 걷다 보면 졸리고 찾다 보면 졸리고 졸려서... 바로 포기합니다.....ㅎㅎ 포기하고 오랜만에 이제니의 시집을 한 권 골라봅니다. 뛰어난 언어의 조각가인 이제니의 시를 보면서 감탄을 하기도 하고 뭔 말인지 모르겠어서 얄밉기도 하고 그러네요~ 제목만 골라봐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있었던 것이 있었던 곳에는 있었던 것이 있었던 것처럼 있었고" "돌을 만지는 심정으로 당신을 만지고" "소년은 자라 소년이었던 소년이 된다." "빗나가고 빗나가는 빛나는.. 2023. 12. 23. 모비딕 - 허먼 멜빌 모비딕을 다시 읽는다. 예전엔 어떻게 읽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무언가 와닿는 것이 생길는지 잘 모르겠다. " 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다오. " 이슈메일이라고 불러주마, 그런데 그 유명하다는 첫 문장이 그다지 대단치 않게 느껴지는건 나의 부족함 때문인 건가? 일단 의심스럽다. 음 시작이구나.... 하는, 말하자면 오케스트라의 공연에서 지휘자가 첫 번째 지휘봉을 들어 올리는 느낌 정도는 있으나, 파스칼 키냐르의 "은밀한 생"에서의 첫 문장이 떠오른다. " 모든 강물은 끊임없이 바다로 휩쓸려 들어간다. 나의 삶은 침묵으로 흘러든다. " 내게는 이 문장에 비한다면... 좀 약하게 느껴진다. 은밀한 생에서는 뭔가 첫번째 한 문장에 시작과 끝이 다 들어가 있는 느낌이랄까? 바다 : 삶의 변화와 죽음의 메타.. 2023. 12. 23. 빈티지 소울 - 김이듬 빈티지 소울이라는 제목으로부터 벌써 이유를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이 밀려오는 것은 왜일까요? 눈보라와 폭풍이라는 재난 앞에서 터너의 작품입니다. 자연을 그대로 모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화가 자신의 느낌과 감상, 그 순간의 이미지를 그리려 했다는 평가가 있고, 시대적으로 앞선 성향으로 당시에는 '뛰어난 재능을 헛된 곳에 쓰는' 화가라는 평을 듣기도 했답니다. 영국에서는 터너를 이어받은 작가가 없었고 반세기 후, 프랑스에서 클로드 모네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의 독창적인 시선을 찾아나가는 도전정신에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고는 하는 것 같습니다.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1842년 거친 폭풍우와 눈보라에 휩싸인 배의 위태로움과 위기에 승객들은 공포와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이고 그림은 그 분위기를 정.. 2023. 12. 22. 세상을 보는 눈 (나무와 허공 - 오규원) 나무와 허공 - 오규원 잎이 가지를 떠난다 하늘이 그 자리를 허공에 맡긴다 나는 이미지의 의식이다. 종종 오규원 시인을 읽고 있습니다. 유고시집 두두에 나오는 나무와 허공이라는 짧은 시를 소개해 드렸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쉬운 언어와 짧은 분량이지만 또 어렵게만 느껴지기도 합니다.뭔가 의미를 찾아봐야 할 것 같고 말이죠. 그런데 막상 본인은 '내 시에서 의미를 찾지마라'고 합니다. 세잔을 좋아했다는 그의 '이미지의 의식'이라는 논리를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자 한다면 이렇습니다. 1. 인간의 궁극적 질문은 '나'라는 존재로 향한다 2. '나' = 세계, 그리고 그 세계의 시작과 끝 3. 그러므로 세계를 투명하게 인식하는 노력은, '나'의 존재를 올바르게 파악하려는 일이다 4. 시인의 작품 또한 하나하나가 세계.. 2023. 12. 22. 사고의 미로 속에서 상징, 해석, 그리고 인간의 이해 - (해석학,기호학,프루스트와 문학) 우리 앞에 놓인 사물 형상이 무엇을 닮았는지 판별하고 규정하는 법칙을 기호학이라고 한다면, 그 기호가 의미하는 바를, 또는 그 기호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차리는 법칙을 해석학이라고 한다. 기호학이 유사 및 동질성에 고민한다면 해석학은 차이 및 이질성에 고민한다. 기호의 복선이 기호학의 고민이고 해석의 복선이 해석학의 고민이다. 같으면서도 다른 얼굴이고 다르면서도 같은 얼굴이다.........고대 그리스인들에게 표현이란 생각을 언어로 옮기는 것이었고, 해석은 언어에서 생각으로 거슬러올라가는 것이었다. -진동선, 사진해석학 중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빠져들어와 있다.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궁금하지만 어느새 내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조차 잃어버리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동시에 실용성의 현실세계.. 2023. 12. 21. 자기극복과 평범함을 사랑하는 여정 - 니체와 오규원 사람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너희는 사람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1부 머리말 중에서 내일 나는 출근을 할 것이고 살 것이고 사는 일이 사랑하는 일이므로 내일 나는 사랑할 것이고, 친구가 오면 술을 마시고 주소도 알려 주지 않는 우리의 희망에게 계속 편지를 쓸 것이다. 손님이 오면 차를 마실 것이고 죄 없는 책을 들었다 놓았다 할 것이고 밥을 먹을 것이고 밥을 먹은 일만큼 배부른 일을 궁리할 것이고, 맥주값이 없으면 소주를 마실 것이고 맥주를 먹으면 자주 화장실에 갈 것이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사랑하며 만질 것이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게 전화도 몇 통 할 것이고, 전화가 불통이면 편지 쓰는 일을 사랑할 것이다. 중에서, 오규원 베르너 호르바스(Werne.. 2023. 12. 21.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 - 개리 콕스 오래 전에 사두었던 책을 연말을 맞아 다시 한 번 읽어봅니다. 기억에 그리 나쁘지 않았던 책, 뭔가 자기계발서같은 철학입문서로 2024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해보면서 다시 들쳐보았습니다. 작가는 쉽게 낚을 줄 아는(?) 글을 씁니다. 시작부터 실존주의자가 되는 일에 조금이라도 마음이 끌린다면 그 사람은 곧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끌리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어느 누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실존주의자에 따르면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을 진정으로 바꾸는 방법은 오직 하나, 다르게 '행동하는 것' 이라는 말로 결론을 내리게 될 것임을 서문에서부터 미리 밝힙니다. 동시에 재치있는 농담을 소개하면서 말이죠. 농담참 .. 2023. 12. 21. 로버트 맥키의 캐릭터 최근 영화 오펜하이머에서도 그렇고 오랬동안 함께 했던 피키 블라인더스에서도 그렇고 참 매력적인 배우 킬리언 머피가 떠오릅니다.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부드러움과 연약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눈이 모든 걸 말해주는 배우인듯 합니다. 캐릭터가 전부다. 영화 또는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캐릭터의 힘이란 것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그 캐릭터를 살려내는 배우또한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껴보면서 로버트 맥키의 캐릭터라는 책을 읽어봅니다.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들을 위한 책인데 뭐 제가 시나리오에 덤벼볼 일은 없지만 영화감상에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빌려보았습니다. 늘 최근에 읽은 책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평범한 1인으로서, 캐릭터는 역시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르셀과 니체의 '짜라투스트라'가 .. 2023. 12. 19. 이전 1 2 3 4 다음 반응형